내가 만난 사람들

최종찬 로드 FC 선수 (종합격투기 선수)

작은지기 2015. 12. 16. 16:01

마지막 경기라 생각하고 모든 걸 쏟아 붓겠다.”

주먹이 운다최종찬 선수, 26일 베이징 경기 출전

 

 

 

 

 

삶이 용쟁호투(龍爭虎鬪)’

젊은 환경관리원의 주경야운

 

XTM주먹이 운다 시즌 4-용쟁호투로 얼굴이 알려진 청주 출신 최종찬(34, J) 로드 FC(종합격투기) 선수가 이달 26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경기에 출전한다.

낮엔 환경관리원으로, 밤엔 종합격투기 선수로 생활하며 24시간이 모자라는 빼곡한 하루를 보내고 있는 최 선수. 이번 대회는 토종 종합격투기 대회가 그 어렵다는 중국시장에 진출하는 첫 경기라 중국과 국내는 물론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막중한 대회 출전을 앞두고 그 누구보다도 긴장된 시간을 보내고 있을 최 선수를 만나봤다.

  

 

 

삼계탕 먹고 싶어 유도부로

인기 방송프로그램 XTM주먹이 운다 시즌 4-용쟁호투에 출연하면서 종합격투기를 시작해 지난 5월 로드 FC 데뷔전을 치르고 정식 종합격투기 선수로 뛰게 된 최종찬 선수. ‘주먹이 운다출연 당시 호남형의 최 선수는 인간 청소기란 애칭으로 열성 팬들의 응원을 받았다. 이후 로드 FC 선수로 데뷔하면서 근성 파이터로 불리며 지금까지 자신감 충천한 늦깎이 파이터로 활약하고 있다.

“TV 출연 이전에도 종합격투기를 잘 했었냐?”는 질문에 최 선수는 예전엔 종합격투기를 해 본 적이 없다.”라며 다소 황당하게 느껴지는 대답을 한다. 오랫동안 종합격투기로 몸을 다진 선수들과 싸워 좋은 경기를 보여줬던 최 선수였기에 경험이 많았을 것이라고 예상했던 차였다.

그럼 한 번도 종합격투기를 해 본 적이 없으면서 프로그램에 나간 거냐? 대체 무슨 용기로?”

싱긋 웃는 최 선수는 어려서부터 유도를 했다. 그래서인지 왠지 모를 자신감이 있었다.”고 말한다.

대학시절까지 유도를 했던 최 선수는 유도 공인 4. 초등학교 4학년 때 육상부를 했는데, 옆에서 운동하고 있는 유도부 아이들이 삼계탕 먹는 것을 보곤 부러운 마음에 유도부로 자리를 옮겼다고 한다. 어린 마음에 삼계탕이 먹고 싶어서. 그렇게 5학년 때 시작한 유도는 시합 때마다 좋은 성적을 거두며 대학까지 전도유망한 유도특기생으로 길을 닦았다.

그런데 인생은 생각처럼 풀리지 않았다. 유도특기생으로 대학진학을 했으나 학교사정으로 유도부가 창단되지 못했고 대학졸업 후 평범한 직장인의 길을 걸어야 했다.

 

 

어린 나이에 본 인생의 쓴 맛

운동을 포기하고 회사에 다니던 시절 최 선수는 인생에서 느낄 수 있는 첫 번째 쓴 맛을 봐야 했다.

어느 날 갑자기 아버지가 암으로 돌아가시고, 이후 사업 실패로 힘든 시기를 보내야만 했던 것. 아버지를 잃은 슬픔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장남으로 가정을 이끌어 가야겠다고 마음먹고 시작한 쇼핑몰 사업이 실패하면서 빚더미에 앉게 되자 최 선수는 절벽 앞에 선 것 같았다고.

여기 저기 이력서를 내도 취업은 되지 않고, 엄청난 빚에 대한 부담감은 젊은 청년에게 절망 그 자체였다. 그러다 우연히 청주시에서 무기 계약직인 환경관리원을 채용한다는 정보를 접하고, 체력과 면접시험에 합격해 20131월부터 환경관리원의 일을 시작했다.

그는 새벽 430분부터 오후 3시까지 밤잠을 못 자가며 열심히 일했다. 여기에 체육관 아르바이트까지 하며 하루라도 빨리 빚을 갚으려면 밤낮을 가리지 않아야 했다. 지금도 그의 월급 통장의 상당부분은 개인회생을 위한 채무변제로 나가고 있다.

 

 

내 인생의 전환점, ‘주먹이 운다

어려서부터 운동만 하던 사람이 운동을 못하니까 답답하고, 힘들었습니다.”

촉망받던 유도선수가 운동을 포기하고 직장생활에만 매달려야 했으니 얼마나 마음이 힘들었겠는가? 더구나 여의치 못한 그의 현실이 더욱 마음을 답답하게 짓눌렀을 것이다.

그런 그의 눈에 들어 온 것이 바로 주먹이 운다였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의 탈출구라도 찾아보자는 생각에서 출연 신청을 한 것이 성사된 것이다.

라운드 위에서도 직업처럼 인간 청소기란 별명으로 종합격투기 세계에 들어서게 됐다.

방송에 출연하는 게 재미있었습니다. 마치 연예인이 된 기분 같고, 신기했죠.”

거리의 청소부에서 라운드 위의 청소기까지 그로선 일상의 탈출구를 확실하게 찾은 셈이었다.

로드 FC 선수 활동은 프로그램 종영 후에 청주에 있는 종합격투기 체육관장의 권유로 시작했다.

데뷔전은 지난 52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리는 로드FC 023’ 손진호 선수와의 승부로 펼쳐졌다. 체중 문제로 패더급이 아닌 라이트급으로 라운드에 오른 최 선수는 비록 판정패하긴 했지만 52라운드를 끝까지 버티며 근성 파이터의 모습을 보여줬다.

패했으면서도 절망보다는 앞으로 더 잘해야겠다.”는 의지가 불타올랐다는 최 선수. 지난 10월 사사키 신지와의 경기에서도 MMA 새내기인 최 선수는 서브미션 패를 했지만 일주일 연습하고 나간 경기가 이 정도라면 다음엔 더 잘 준비해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가졌다고 한다.

 

 

마지막 결전이 될 지도 모를 26

최 선수는 1226일 중국 상하이 동방체육관에서 열리는 대회 출전을 앞두고 있다.

이번 대회에 로드FC는 박진감 넘치는 타격전을 보여주기 위해 새로운 채점방식을 도입하는 등 정성을 들이고 있다. 중국 최대 관영방송국인 CCTV에 생중계되고 호남TV, 칭하이TV, 심천 위성TV, 인터넷 방송으로는 시나, 소호, 텐센트, CNTV 등에 중계된다. 그만큼 수많은 눈들이 집중되는 대회다.

마지막 경기라 생각하고 모든 것을 쏟아 부으려고 합니다.”

이번 대회를 준비하는 최 선수의 결단이다.

다른 프로 선수들은 체계적인 훈련과 트레이닝을 받으며 매일 운동에만 전념하는 데 최 선수는 직장생활과 함께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한다.

전적으로 운동에만 매달려도 부족할 판에 고된 노동까지 해야 하는 최 선수는 이번 대회의 결과에 따라 향후 진로에 대해 신중하게 고심할 것이라고 말한다. 아직은 갚아야 할 빚이 많기에 직장을 당장 그만둘 수 없는 노릇이고, 일과 운동을 함께 하자니 다른 선수들에 비해 기량을 마음껏 펼칠 수 없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대회는 그에게 또 다른 전환점이 될 지도 모른다.

시간이 지나 제게 경제적 역량이 생긴다면 체육관을 운영하고 싶어요. 체육 꿈나무들이 적성과 능력에 맞는 운동 종목을 선택하고, 체계적인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프로그램도 만들고 싶습니다. 어려서부터 재미있는 체육활동을 경험할 수 있게 도와주고 싶거든요.”

천생 운동선수인 그의 꿈은 운동으로 시작해 운동으로 끝이 난다.

아무쪼록 이번 대회가 좋은 결과를 낳아 그의 마지막 꿈을 이루는 출발선이 되기를 바란다.       

                                                                          / 글: 정예훈,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