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사람들

흥미돋는 '심심한 책방'

작은지기 2021. 11. 10. 15:04

재미가 쏠쏠한 마을 사랑방 ‘심심한 책방’

책방지기가 유명 작가 부부 신혜원·이은홍씨

심심한 책방

제천 덕산면 신현리 산골에 있는 작은 책방의 이름이다. 이름은 심심한 책방인데, 이름과는 달리 전국 각지에서 오는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절대로 심심하지 않은 책방으로 유명하다. 호젓한 산속에 있어서 이름처럼 심심할 것 같은 이 책방이 유명한 데는 무엇보다 책방 주인의 삶을 담고 있는 독특한 책방의 분위기와 프로그램 때문이다.

 

책방 주인 때문이라도 한번은 찾아보고 싶은 심심한 책방의 주인은 유명 작가 부부로 알려져 있는 이은홍씨(61)와 신혜원씨(57).

 

남편 동양화를 전공한 이은홍씨는 역사야, 나오너라를 비롯해 오늘의 우리 만화상’(2001)을 수상한 술꾼’, ‘부천 만화상’(2008) 수상작 세상에서 가장 멋진 내 친구 똥퍼’, ‘머털이 한국사의 저자로 어린이들을 위한 책을 쓰고 있다. 어른들을 위한 만화책 술꾼은 복간을 앞두고 있다

 

서양화 전공인 신혜원씨는 권정생 선생의 하느님의 눈물의 그림을 시작으로, ‘우리가 사는 자연’, ‘할머니에겐 뭔가 있어!’, ‘세 엄마 이야기’, ‘어진이의 농장일기’, ‘예뻐’, ‘와글와글 재밌어등 이은홍씨와 마찬가지로 어린이를 위한 예쁜 그림책들을 만들었다. 그린 책으로는 이상한 귓속말’, ‘나는 둥그배미야등이 있다.

부부가 함께 만든 글자 없는 그림책은 초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되기도 했다. 부부가 함께 살면서 겪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평등은 개뿔역시 베스트셀러다.

 

아이를 키우면서 어린이를 위한 책에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쏟아부었다는 이 부부 작가는 책방도 지키랴 본업도 하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주인부터 결코 심심할 수 없는 책방이다.

 

결혼 초기부터 시골의 작은 책방 할머니가 되고 싶었다는 아내의 꿈을 따라 2004년 서울 생활을 접고 제천 산골짜기로 터전을 옮긴 부부는 3년 전부터 책방을 열 준비를 했다고 한다. 그러나 코로나로 인해 개점을 미루다가 더는 지체할 수 없어 지난해 심심한 책방을 열었다.

책방의 전시된 책들은 신씨의 안목으로 선택된 수작들로 구성돼 있으며, 아기자기한 소품들과 너른 마당, 힐을 신고도 가꿀 수 있는 독특한 텃밭은 자녀를 둔 가족 단위 방문객들에게 인기다.

 

“마을 사람들이 문턱이 닳도록 드나드는 곳이었으면 좋겠다”는 부부의 바람을 담아 마을 주민과 어린이, 인근 학교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도 운영되고 있다.

아무 데서나 아무거나 아무렇게 그림을 그리자는 의미로 시작한 아아아 그림교실’, 역사와 인문학도 알려주는 내 맘대로 만화교실’, 마을 주민들과 함께 그림책을 읽고 이야기하며, 그림도 그리는 심심풀이등이 그것이다. 지난 4월부터는 유명 작가를 초청해 마을, 문학을 만나다를 진행하고 있는데, 김중미, 김용택, 이안, 신이현 작가 등이 벌써 다녀갔다.

 

베스트셀러나 유명한 책이 아닌 숨은 보석같은 책을 골라 1년에 6권의 책을 보내주는 친절한 은홍씨와 책동무하기구독자도 많다.

 

“어린 책방 손님이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 어린 시절 책방에 대한 추억을 따라 다시 찾아오면 좋겠어요.”

백발노인이 될 때까지도 책방이 안 망해서 오늘 찾아온 꼬마 손님이 어른이 되어서 다시 찾아올 수 있는 곳이었으면 하는 부부. 그림책 박물관도 만들고 싶다는 꿈이 실현될 수 있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