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사한 5월,
옥천성당, 이원 벽화마을에서 느끼는 힐링여행
따사로운 햇살에 5월 봄꽃들이 만개할 무렵이면 옥천엔 꽃향과 함께 시향이 가득하다. 시인의 발자취를 따라 가다보면 어느덧 향수에 젖어드는 옥천 여행. 이원 벽화마을과 옥천 성당은 우리에게 익숙한 ‘향수 여행’에 쉼표를 찍는 힐링 코스다. 빠듯한 일상과 여행에 지친 마음을 환기 시키고, 여유로움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 주는 곳이랄까.
시간이 멈춰 있는 곳
옥천 천주교회
하느님이 계신 곳이라서 인가, 옥천 성당은 옥천읍에서도 제일 높은 곳에 위치해 있어 하늘과 가장 가까이 맞닿아 있다.
‘옥천 천주교회’라고 쓰여 있는 큰 입간판을 보고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아야 성당의 십자가가 보인다.
길가에서 성당으로 오르는 길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주차장으로 이어지고, 다른 하나는 가파른 계단을 통해 마리아상 앞을 지나 본당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숨을 고르고 가파른 길 끝에 닿으면 옥천읍이 환히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1940년대에 시간이 멈춰있는 옥천 성당의 엄숙함을 볼 수 있다.
천주교 청주교구에 속한 옥천성당 건물은 등록문화재 제7호다. 등록문화재란 급격한 산업화 과정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는 근·현대에 형성된 소중한 근대문화유산 중 보존·관리가 필요해 등록한 문화재를 말한다.
옥천 성당은 충북 지역에 현재 유일하게 남아있는 1940대에 지어진 천주교 성당 건축물이다. 지방성당건축의 전형적인 형태를 보여주고 있으며, 이후의 성당 건축물에 큰 영향을 미쳐 건축사적으로도 가치와 의미가 크다고 한다.
옥천 성당의 역사를 알면 조금 더 건축물이 아닌 문화재로서의 이해가 쉬울 것 같다.
옥천 성당은 1903년 공주 본당의 파스키에 신부에 의해 옥천 공소가 설립되었다고 한다. 1904년 결부선 철도가 개통되고 옥천이 교통의 요지로 부상하게 되자 옥천 본당 설립이 추진됐고, 1906년 옥천 공소에서 본당으로 승격됐다. 이 때 성당의 위치는 당시 옥천읍 이문동이었다. 이후에 공소로 격하됐다가 1948년 다시 본당으로 승격하면서 지금의 삼양리로 이전해 새로운 성당 건물을 신축했다.
지붕은 단층 기와지붕이고, 평면 형식은 직사각형의 홀 형식이었지만 1991년 성당 뒷면 벽을 철거하고 트랜셉트(transept : 翼廊)와 제단 앱스(apse : 後陣)를 증축하면서 직사각형 형식에서 십자형으로 바뀌었다.
정면은 2층 높이의 현관홀을 두었고, 중앙현관과 그 양 옆의 현관에 반원형 아치를 틀었는데, 중앙 아치의 폭이 양쪽 아치보다 두 배 넓다. 대체적으로 좌우 대칭 형태를 이루고 있으나, 성당 건물 좌측에 난 출입문 때문에 완벽한 좌우 대칭은 아니다.
성당 옆 마당엔 성당만큼 수령이 오래돼 보이는 아름드리나무와 어여쁜 꽃들이 가득한 정원이 공원처럼 조성돼 있다. 정원 중앙엔 ‘십자가의 길’이 작은 오솔길처럼 나 있는데, 이 길을 거닐며 기도하는 신도의 모습도 보인다.
정원 맨 안쪽엔 어린이집이 아늑하게 들어앉아 있고, 하얀 벚나무가 울타리를 틀고 있는 넓은 마당 아래론 옥천 시내가 펼쳐져 있다.
여행객을 위해서인지, 신도들의 지친 심신을 위로하기 위해서인지 성당 주변 곳곳엔 그늘을 만들어주는 대형파라솔과 편히 앉을 수 있는 벤치와 의자들이 많다. (소재지: 옥천군 옥천읍 중앙로 91)
시골마을을 화폭으로 삼은
옥천 이원 벽화마을
언제부터인가 도심 속 외진 곳이나 시간을 거슬러 존재하고 있는 오래된 마을에 그림을 그려 넣어 벽화마을을 조성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서울 이화마을, 인천의 동화마을, 부산의 감천문화마을은 국내 여행지로 꼽힐 정도로 유명한 벽화마을이다.
충북에도 꽤 오랜 명성을 갖고 있는 청주 수암골 벽화마을과 제천 교동민화마을, 옥천 이원벽화마을이 있는데, 이원벽화마을은 최근 입소문을 타고 관광객들의 발길을 늘면서 도내 유명 벽화마을 대열에 합류한 곳이다.
수암골이 도심 속에 남아있는 달동네의 추억을 되짚게 하는 곳이라면 이원벽화마을은 전형적인 농촌 부락에 ‘벽화’를 덧 입혀 이색적이면서도 정감어린 시골풍경을 보여준다.
이원벽화마을은 2011년 ‘생동감 넘치는 마을 분위기 조성’을 위해 군에서 추진한 벽화마을 사업의 일환으로 탄생한 곳이다.
이원역에서 이원면사무소에 이르는 담벼락에 테마를 가진 아기자기한 그림을 비롯해 대담한 산수화까지 디테일이 살아있는 작품들이 야외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이원역 앞 파란색 양철 지붕을 가진 집의 넓은 담벼락의 포도넝쿨 그림을 시작으로 농촌 아이들의 익살스런 표정을 그대로 담은 동심이 느껴지는 귀여운 그림들, 너른 벌판에 환하게 웃고 있는 허수아비, 첫날밤 홍조를 띤 새색시와 신랑의 모습, 십장생도를 연상케 하는 산수화, 이원초등학생들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그린 벽화까지 형형색색 다양한 그림들이 햇살 가득 내려앉은 시골마을과 어우러져 마을 전체가 한 폭의 그림 같다. 풋풋한 시골향이 그림에서도 느껴지는 마을 담장을 따라 돌다보면 왜 사람들이 이곳을 많이 찾는지 알게 된다. (소재지: 옥천군 이원면 이원역길 51)
/ 글, 사진: 정예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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