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사람들

춘자밴드

작은지기 2011. 7. 27. 11:16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사는 사람들

    프로 수준의 직장인밴드 ‘춘자밴드’

 

 

처음엔 음악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고자 시작했지만 이제는 음악이 살아가는 이유가 된 사람들이 모여 만든 ‘춘자밴드’(대표 김용식). 이들은 단순히 직장인밴드라 불리는 것을 거부한다. 비록 음악으로 먹고 사는 전문 음악인은 아니지만 그 누구보다도 음악에 대한 열정과 연주 실력을 가졌다고 자부하기에 ‘아마추어’라는 말을 싫어한다.

 

 

 

 

 

청주 직장인밴드하면 ‘춘자밴드’

  “춘자밴드요? 거기 들어가려면 오디션도 봐야 하고, 수습기간도 길다고 하던데. 웬만한 실력 아니면 공연멤버 되기 힘든 그룹이에요.”

  여가 시간을 이용해 잠시 머리 식히려고 음악을 배우려고 하는 사람은 절대 들어올 수 없는 춘자밴드에 대해 혹자는 이렇게 말한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회원 가입은 되지만 무대 멤버는 될 수 없다고 한다.

  물론 회원에 가입하면 음악은 배울 수 있다. 하지만 공연을 하려면 기라성 같은 선배들의 연주에 누가 되지 않을 만큼 실력을 쌓아야 한다.

  그러려면 음악에 대한 열정은 기본이요, 근성과 인내는 반드시 갖추어야 춘자밴드의 정예멤버가 될 수 있다.

  이런 어려운 관문을 거쳐 멤버를 선발하기에 춘자밴드는 음악에 관심 있는 직장인들에게 익히 알려져 있을 뿐 아니라 청주를 대표하는 직장인밴드로 유명하다.

 

 

신분은 아마추어, 실력은 프로

  “음악에 대한 갈증이 큰 사람들이죠. 음악만 해서 먹고 살 수 있는 여건이 되면 다들 그렇게 할 사람들이에요. 모두 그만한 음악적 실력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자부합니다.”

  춘자밴드를 만든 김용식 대표(주식회사 상춘 대표이사)의 말이다.

  건설업을 하고 있는 김 대표가 자신처럼 음악에 대한 열정을 가진 사람들을 모아 직장인밴드를 만들어보자고 결심한 것은 2008년. 대학 졸업 후 사업을 하면서도 젊은 시절 대학 밴드로 활약하면서 마음속에 쌓아 뒀던 음악에 대한 열정과 갈증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늘 그를 따라다녔다.

  “당시 직장인 밴드 조성이 유행했어요. 저도 그런 분위기에 힘입어 밴드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런데 단순히 음악을 배우고 싶은 사람들이 모인 밴드가 아니라 저처럼 음악에 대한 열정과 실력은 있지만 먹고 사는 일 때문에 그 열정을 풀지 못하는 사람들을 모아 수준급의 밴드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공개모집도 하고,   여기 저기 음악을 하는 지인들을 통해 함께 음악을 할 만한 사람들을 알아봤어요. 그렇게 모여진 사람들이 현재 함께 활동하는 멤버예요.”

  ‘어디에 있는 누가 기타 연주 실력이 뛰어 나더라’는 말을 들으면 곧바로 그를 찾아가 설득작업을 했다. 싱어를 선발할 땐 노래방 오디션도 불사했다.

 

 

 

 

최고 실력을 갖춘 7명의 최정예멤버

  이런 1년 여 간의 준비 기간 끝에 드디어 7명의 정예멤버가 구성됐다.

  멤버 중 연장자이면서 기타를 연주하고 있는 이학신씨(51․사업가)는 김 대표의 대학 선배이다. 김 대표와 이씨는 청주대학교 스쿨밴드 ‘셀레멘더스’의 선후배 관계이기도 하다.

  30여 년 전에 만들어진 셀레멘더스는 대학가요제, 강변가요제 등 각종 가요제에 참가해 입상한 경력이 많은 우리 지역의 대표적인 대학교 보컬팀이다. 출신 가수로 1기에 권인하와 11기 박윤경 등이 있다.

  이씨는 셀레멘더스 8기 멤버이다. 대학 졸업 후 음악활동을 잠시 하다가 접고 지금은 사업을 하고 있다.

  신디사이저를 맡고 있는 강혜진씨(31․피아노학원강사)와 문지연씨(36․영어학원운영)는 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음대 출신이다.

베이스기타 윤명훈씨(37․직업군인)는 김 대표가 수소문을 통해 간신히 찾아 낸 인재다.

  보컬 장영주씨(44․회사원)도 김 대표 눈에 뛰어난 노래실력이 들어와 멤버로 발탁됐다.

  춘자밴드의 모든 궂은일을 도맡아 하며 매니저 역할을 하는 한은주씨(47)는 베이스기타를 배우고 있다.

  리더인 김 대표는 드럼 스틱을 잡고 있다. 대학시절엔 기타를 연주했는데 군복무 중 손가락을 다쳐 드럼으로 전향했다.

  서로 다른 삶을 살다 만난 사람들이지만 오직 ‘음악’이라는 공통분모로 만나 하나가 된 사람들이다.

 

 

 

모든 공연과 연주는 감동으로

  춘자밴드는 2009년 5월 창단공연을 시작으로 곧바로 공식적인 연주활동을 시작했다.

  기업 초청공연을 비롯해 청원생명축제, 괴산예술제, 증평인삼골축제, 보은대추축제 등 지역 축제에 초청돼 공연을 가졌다. 지난 한 해는 무려 10회의 연주회를 가졌다.

  “지난 해 했던 공연 중 6월에 보은노인장애인복지관에서 주최한 ‘지역주민과 함께 하는 열린음악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시골 노인들과 장애인들이 우리 공연을 낯설어하진 않을까, 혹 불편해하진 않을까 걱정이 많이 됐는데, 실제로 공연을 해 보니 모두 기우였습니다. 터져 나오는 환호와 박수, 그리고 그 분들의 입가에 번지는 해맑은 웃음이 우리 가슴을 따뜻하게 했던 공연이었습니다. 지금도 그 공연을 생각하면 가슴이 뜨거워집니다.”

  이런 공연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회원단합이 중요하다. 한 명이라도 빠지면 제대로 된 공연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공연을 앞두고 누구라도 아프면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연습은 매주 일요일 오후 4시에 모여서 합니다. 연습 후엔 다들 술 한 잔 마시면서 공연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사는 이야기도 하면서 서로 마음을 나누죠.”

용암동에 마련한 연습실에서 매주 일요일마다 모여 정기연습을 하는데, 이들에게는 ‘연습’이 아니라 이 시간도 열정으로 가득한 그들만의 공연이 된다. 땀을 빼며 보낸 두어 시간이 그들에겐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가져다준다고 한다.

 

 

 

 

모든 이가 음악을 향유할 수 있게

  “사람이 먹고 사는 것만 해결된다고 행복한 것은 아니잖아요. 진정한 풍요로운 삶은 문화예술에 대한 욕구가 채워질 때 비로소 이뤄진다고 생각합니다. 음악이야말로 새로운 세계를 맛볼 수 있는 예술장르인 것 같아요.”

직장과 음악활동을 병행하는 것이 힘들지만 이들이 즐거움으로 밴드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은 마성같은 음악적 매력이 에너지가 되기 때문이다.

  “이 좋은 것(음악)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요. 그래서 우리 춘자밴드는 시민들과 함께 즐기는 음악을 하려고요.”

  사람들에게 음악의 즐거움을 나눠주고 싶은 춘자밴드는 올해 더 많은 연주활동을 하려고 한다. 2011년 보은대추축제를 비롯해 벌써부터 공연일정이 빡빡하다. 초청공연 뿐 아니라 찾아가는 음악회 활동도 펼칠 계획이다.

  “앞으로 더 열심히 노력해서 명품음악을 들려주는 최고의 밴드가 될 것입니다. 우리 지역의 자긍심이 되는 음악 그룹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앞으로 지역 축제는 물론 오창호수공원, 아파트단지 내 공원 등 우리가 살고 있는 가까운 곳에서 춘자밴드를 더 자주 볼 수 있을 것이다.

 

 

 

<대표인터뷰>

“부상만 아니었으면 지금쯤 홍대 앞에 있을 거예요”

                                                김용식 춘자밴드 대표

 

  “중학교 2학년 때 이모가 생일선물로 사주신 기타를 배우게 되면서부터예요, 내가 음악에 눈을 뜨게 된 것은.”

  고교시절부터 대학졸업하기 전까지 스쿨밴드활동을 했던 김용식 춘자밴드 대표. “우리가 없으면 축제가 안됐다!”라며 그룹활동을 하던 화려한 대학시절을 자랑하는 김 대표는 군대생활도 군악대에서 했다.

  “손가락만 안 다쳤다면 아마 지금 홍대 앞에 있을지도 모른다”라고 말하는 김 대표는 지금은 드럼을 치고 있지만 예전에는 수준급의 기타연주자였다.

“늘 그 시절이 그리웠어요. 그래서 춘자밴드도 만들게 됐지요.”

  아마추어 동호회라 불리는 것을 싫어해 단원들의 실력에 예민하다.

  “비록 직장인밴드이지만 실력만큼은 최고라 인정받고 싶거든요. 명품연주를 들려주는 밴드가 되는 것이 목표에요.”

  몇 년 전 직장인밴드 조성 붐이 일어나 크고 작은 직장인밴드가 많이 생겨났지만 지금까지 남아서 활동하는 밴드는 몇 안 된다. 그 중 춘자밴드는 김 대표가 야심차게 만든 전문성을 지닌 음악그룹으로 꾸준한 활동을 통해 이름을 알려왔다.

  “연주를 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몰라요. 음악인들을 만나는 것은 더욱 즐겁고요.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저녁 술집에 모이면 가지고 나온 악기로 즉석 연주도 해요. 이런 게 멋진 삶 아닐까요?”

  ‘풍요로운 삶’을 위해서 음악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라고 말하는 김 대표. 그는 음악이 있는 삶을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기를 원한다. 그래서 춘자밴드를 더 높은 실력의 경지에 올려놓고 싶어 한다.

  사업에서 뿐 아니라 음악에서도 최고가 되고 싶은 그가 있기에 춘자밴드가 지금까지 존재하는 것이리라.             / 글: 정예훈 (사진:서근원, 춘자밴드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