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사람들

행복한 수업을 만드는 김성은 교사

작은지기 2011. 9. 29. 11:18

 

 

 

“재미있는 수학을 가르쳐주고 싶어요”

즐겁고 행복한 수업시간을 만드는 김성은 교사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

 

“우리 학교에 보배가 왔어요. 교육에 대한 열정과 노하우, 가르치는 학생들에 대한 사랑…. 뭐 하나 빠지는 것 없이 진짜 훌륭한 선생님이에요.”

청주경덕중학교 박영진 교장의 칭찬이 끝나질 않는다.

 

 “수학을 그렇게 재미있게 가르치는 걸 처음 봤어요. 저 뿐만 아니라 그 선생님 수업을 보신 다른 장학사들도 극찬을 하더라고요.”

수업을 잘 한다는 교사는 많이 만나보긴 했지만 이렇게 해당학교 교장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하는 경우는 처음이다.

 “맡은 일은 빈틈없이 잘하고요. 그래서 올해 우리 학교에 오시자마자 연구부장을 맡겼어요.”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교장들이 “함께 근무하고 싶은 교사” 1호로 꼽는 주인공은 바로 청주경덕중학교의 김성은 선생(43)이다.

 아마 이쪽 분야에서는 확실한 사람으로 정평이 나 있는가보다. 새로 부임해 온 교사에게 바로 연구부장을 시키는 걸 보면. 이런 궁금증을 안고 만난 김성은 선생. 그녀의 첫인상은 “늘 웃는 얼굴이 인상 좋은 교사”라는 박 교장의 평이 그냥 하는 말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수학의 길을 열어 주다

 

  박 교장의 말처럼 교사로서 가장 중요한 수업을 잘하는 김 선생은 실제로 지난 2008년 수업연구발표대회에서 1등급을 차지해 수업스타가 됐다. 올해 수업연구발표에서도 2등급을 받아 녹슬지 않은 실력을 보여줬다.

  그녀가 아이들에게 가르쳐주는 과목은 수학. 특히 실생활과 연관된 수학으로 학생들에게 수학에 대한 이해를 돕고, 수학을 좀 더 친근한 과목으로 느끼게 하는 데 남다른 노하우를 갖고 있다.

 

 

  “어느 날 제가 가르쳤던 중학교 1학년 여학생의 일기에 ‘곱셈기호를 생략하더니 이젠 나눗셈기호까지 생략하란다. 수학책에서 그렇게 하라고 하니까 배워두기는 하지만 그냥 쓰면 될 것을 왜 굳이 생략하는 걸까’라고 써 있는 것을 보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됐어요. 학생의 글을 보고 처음엔 당황했죠. 곱셈기호와 나눗셈 기호를 생략하고 나타내는 방법이 무척 간단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에겐 어렵게 느껴진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수학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서 생각할 여유가 없는 학생들은 그저 상급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어쩔 수없이 수학을 배워야만 한다는 부정적인 감정을 갖고 있더라고요. 이때부터 학생들에게 자신의 삶과 관련 있는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학을 배워야 한다는 것을 어떻게 느끼게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시작됐죠.”

 

 ‘학생들의 실생활과 관련된 수학’을 찾기 위한 그녀의 고민은 아이들에게 수학의 길을 열어주는 열쇠가 됐다.

 

 “수학수업을 단순히 수학만을 전달하는 교실수업이 아니라 수학이 창조되는 수업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시작한 것이 모둠별 협력학습을 통한 멀티미디어 수업이었어요.”

  김 선생은 학생들에게 수학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실생활에 수학이 적용된 부분을 찾아 동영상으로 제작하게 했다.

  교사가 미션을 제시하면 학생들은 자료들을 찾아보고, 인터넷도 검색하면서 미션 수행 과정을 핸드폰, 캠코더 등 영상을 찍을 수 있는 기기를 이용해 UCC로 만들어 발표를 한다. 외우기 힘들고 따분한 수학공식은 노래로 만들어 즐겁게 자기 것으로 소화하도록 했다.

                 

  “수학은 재미없으면 정말 하기 싫은 과목이잖아요. 아이들에게 이런 활동을 하게 하니까 수학에 재미를 느끼더라고요. 그리고 우리 주변에 얼마나 수학이 많은지 알게 되고요.”

  미션 수행은 수학뿐만 아니라 동영상을 만들면서 편집능력도 갖게 되고, 친구 간 협응력도 키우는 등 일석이조, 아니 일석삼조 이상의 학습효과를 가져왔다.

그녀의 수학을 만난 학생들은 모두 이렇게 말한다. “수학시간이 제일 좋아요.”

 

 

부모 같은 심정으로

 

  김 선생을 성실하고 훌륭한 교사로 칭찬하는 사람들은 모두 그녀의 학생에 대한 열의를 실례로 든다.

  교실 안에서 이뤄지는 수업은 기본이고, 사이버가정학습을 통해 학생 한 명 한 명의 학습을 돕고, 학습이 더 필요한 학생을 위해서는 방과 후에도 개별 지도를 했다. 방학기간에도 아이들을 모아 놓고 공부를 시켰다.  누가 지시해서 한 것이 아니라 김 선생이 자진해서 아무 대가없이 한 일이었다.

 

  “시골(옥천) 학교 학생들은 도시 아이들처럼 사교육을 받을 수 있는 형편이나 여건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아요. 교사도 부모와 같이 내가 가르치는 아이가 잘되기를 바라죠. 하나라도 더 가르치고 싶은 마음에서 아이들에게 시간을 투자하게 된 것 같아요. 처음엔 아이가 학교에서 늦게까지 있으니까 학부모로부터 오해를 받은 적도 있어요. 나중엔 잘 부탁한다며 더 많이 지도해 달라고 하시더라고요.”

 

  나이가 들수록 학생들에게 ‘내 아이’처럼 애착이 생긴다는 김 선생. 사실 그녀는 아직 미혼이다. 주어진 시간과 에너지를 아이들에게만 집중하니 연애할 시간도 없을 듯하다.

 

 

  “마치 저만 열심히 하는 교사처럼 보이는데요, 아니에요. 사실 저는 이 학교에 와서 놀랐어요. 퇴근 시간이 지나도 집에 가시는 선생님이 없으세요. 대부분의 선생님이 남아서 계속 공부하고 연구하고 계시는 거예요. 시골학교 분위기와는 사뭇 달라요. 학생들도 그렇고요.”

  1 0년 이상을 고향인 옥천에서 근무하다 올해 청주 경덕중학교에 부임해 온 김 선생은 요즘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고 한다.

  “도시학교는 시골학교와 여건이 또 달라요. 학생들도 많고. 이전 수업 방식은 잘 맞지 않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실정에 맞는 방법을 연구 중이에요.”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잘 가르칠 수 있을까’만 머리속에 가득한 김 선생의 요즘 화두다.

 

 

 

 

 아이들의 마음을 알아주는 교사

 

  “도시 학교는 시골학교에 비해 학생 수가 많다 보니 상대적으로 한 학생에 대한 개별지도와 관심을 많이 주지 못하는 것이 항상 안타까워요.”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품으면서 가르치고 싶은 그녀의 마음에서 나오는 아쉬움이다.

 

  “누구나 하는 말이지만 교사는 역시 학생들에 대한 사랑을 갖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사랑으로 가르치는 것과 사랑 없이 가르치는 것은 정말 다르거든요. 교사의 마음속엔 항상 아이들에 대한 연민이 있어야 할 것 같아요.”

 

 내년이면 교직생활을 시작 한지 20년이 되는 김 선생은 교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아이들이라고 말한다.

 

“아이들에게 의사소통이 가능한 교사, 아이들의 마음을 진심으로 알아주는 마음 따듯한 교사가 되고 싶어요. 그리고 수업을 정말 잘하는 교사가 되고 싶고요.”

 

 끝까지 잘 가르치는 교사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않는 그녀다.

“피타고라스 정의를 몰랐던 아이가 피타고라스 정의에 대해 눈뜨게 되면 제 속에 감동이 밀려온답니다.”

 천생 교사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일 게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아요. 개인 연구활동도 어렵겠지만 한 해에 한 번씩 꼭 하고 싶고요, 교과연구회활동도 열심히 해야 할 것 같고요. 참, 오는 10월에 충북에서 수학축제가 처음으로 열리는데, 우리 아이들이 많이 참가해서 ‘손으로 만드는 수학, 눈으로 보는 수학’을 체험하면서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결국 끝엔 또 수학 이야기다. 어쩔 수 없는 수학교사다. 그것도 특별한.

 

  “수학은 우리의 삶과 분리되어 존재하지 않거든요. 수학의 출발점은 우리 삶이에요. 수학공부도 자신의 생활과 관련된 부분에서 찾을 때 비로소 그 의미를 알게 돼요. 우리 아이들이 항상 창의적인 수학을 할 수 있었으면 해요. 그런 수학을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교육환경이 됐으면 좋겠어요. 배우는 사람도, 가르치는 사람도 즐겁고 행복한 교실수업이 ‘미래를 열어가는 교육’이 아닐까요?”

 

 조금, 아니 한참 늦게 태어났다면 좋았을 걸. 아쉬움이 가득하다. 좀 더 늦게 태어나 김 선생에게 수학을 배웠더라면 적어도 수학을 어렵고 따분한 학문으로 여기지는 않았을 테니 말이다.

                                                                                                                    / 글: 정예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