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으로 通하다
살사의 매력에 빠진 사람들, 살사라비다
살사라비다는 춤에 열정을 싣는 사람들, 춤으로 삶에 활기를 불어넣는 사람들, 춤이란 언어로 교감을 나누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춤이 좋아서, 춤을 사랑해서 모인 사람들이라서 그런가. 이들에겐 다른 말이 필요 없다. 오로지 춤으로만 통한다.
살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이다
“함께 추실래요?”
멋진 중년의 남자 한 명이 의자에 앉아 있는 여자에게 손을 내민다. 흔쾌히 미소로 대답한 여자가 남자와 함께 음악에 몸을 맡기더니 무대 위 한 폭의 그림이 된다.
화려한 조명, 넓은 벽면의 거울, 무엇보다도 저절로 리듬을 타게 하는 신나는 라틴음악이 딴 세계에 온 듯한 느낌이다.
춤을 추고자 모인 사람들은 어림잡아 40명. 이곳에 들어오기 전까지 모두 말끔한 외모에 평범해 보이는 직장인들이었다. 그러나 음악만 흘러나오면 절로 춤의 화신으로 변한다. 짝을 이뤄 춤을 추는 사람, 거울 앞에서 혼자 스텝 연습을 하는 사람들이 한 무더기씩 공간을 채우고 있다. 무대 밖에서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도 몸은 리듬을 타고 있다.
모두 살사댄스 동아리 ‘살사라비다’ 사람들이다.
장연희 살사라비다 대표는 “춤의 매력에 한 번 빠지면 그만 둘 수 없어요. 그만큼 좋은 거지요. 여기 계신 분들은 모두 춤에 빠지신 분들이에요”라며 웃는다.
순수 아마추어 살사댄스 동아리 살사라비다. 만들어진 지는 3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온라인 회원은 무려 1천명에 이른다. 함께 오프라인 활동을 하며 정모에 참가하는 ‘열정적인’ 회원은 50~60명 정도다.
“처음엔 10명 정도로 시작했어요. 온라인에 카페를 개설하고 오프라인 활동을 하면서 삽시간에 회원 수가 불었어요. 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로 춤을 배우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도 회원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 같아요.”
예전엔 춤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었지만 요즘엔 춤이 스포츠로 자리 잡으면서 춤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대부분이다.
춤의 매력은 재미와 운동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치매와 우울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의사들도 춤을 권하고 있는 추세다.
춤 중에서도 살사는 척추를 지탱하는 척추기립근을 강화하고, 디스크 예방과 어깨, 등 근육 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살사라비다 회원들이 매끈한 몸매와 체형을 보니 사실인 듯하다.
창단멤버인 추주연씨는 40대 중반의 아이를 둔 엄마인데도 군살 하나 없다. 더 놀라운 것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라는 점이다.
“자영업, 일반 회사원, 공무원 등 회원들의 직업은 다양해요. 특히 학교 선생님들이 많아요.”
회원 중엔 외국인 유학생도 있다. 부부, 연인 회원들도 있다.
건축 관련 회사에 다니고 있는 염승원씨는 토목기사다. 염씨는 살사를 배우고 싶어서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살사라비다를 알게 됐다고 한다. 춤을 배운 지 1년밖에 안됐지만 지금은 신입 회원들을 가르칠 수 있을 정도로 수준급의 실력을 갖고 있다.
대학시절부터 살사댄스를 좋아했다는 정윤호씨는 결혼 후에도 계속 회원 활동을 하고 있다.
“누구나 자유스럽게 함께 배울 수 있다는 점이 좋은 것 같아요. 사람들과 만나는 것도 즐겁고요. 이렇게 다친 팔로도 나오고 싶은 이유랄까요.”
취재가 있던 날 오른팔에 붕대를 감고 나온 정씨의 말이다.
살사바 ‘라비다’를 만나다
그러나 춤을 춘다는 것만으로 마냥 좋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춤을 추고 싶은 사람들은 모였는데 마음껏 춤을 출 수 있는 마땅한 장소가 없다는 것이 살사라비다의 고민이었다.
“한 번은 사직동 주택가에 있는 댄스학원을 빌렸는데, 시끄럽다고 동네 주민들이 항의를 하시는 바람에 쫓겨났어요. 시내에 있는 문 닫은 무용학원을 빌려 쓰다가 얼마 사용도 못하고 건물 주인이 나가라고 해서 나온 적도 있고요. 여기 살사바가 생기기 전에는 대전, 천안 등 다른 도시의 살사바를 찾아다녔어요.”
회원들이 모여 춤출만한 장소를 물색하다가 만난 곳이 살사바 ‘라비다’였다. 청주에 처음 생긴 살사바이다. 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언제든지 와서 춤을 출 수 있는 장소이다. 라비다가 문을 연 이후에는 더 이상 장소 때문에 고민하지 않아도 됐다.
살사라비다는 매주 목요일 밤 10시에 정기모임을 갖는다. 정기모임 시간 외에도 춤을 좋아하는 회원들은 평일에도 라비다에 모여 춤을 춘다.
춤을 배우고 싶은 신입회원은 8주간 이뤄지는 초급과정의 강습에 참여할 수 있다. 8주간의 과정을 마치면 발표회도 갖는다.
살사 뿐 아니라 메렝게, 바타차, 차차 등도 배운다. 웬만한 회원들은 이 모든 장르들을 아우르며 춤을 춘다.
살사의 즐거움을 알리다.
“지난해에는 청남대에서 열리는 영춘제 무대에 서기도 했어요. 청주문화원에서 하는 동아리 축제에도 참가했고요. 오는 6월 11일엔 용암동 공원에서 공연을 해요.”
살사댄스동아리로 유명해지면서 여기저기 크고 작은 무대에 초청도 많이 받았다.
대학축제, 각종 문화행사 등에 초청되면서 활동범위도 넓어졌다. 타 도시의 살사댄스동아리와의 교류활동도 이 중 하나다.
“제주도엔 두 번이나 갔다 왔어요. 춤만 출 수 있다면 세계 어느 곳에 가서도 그 곳에 있는 사람들과 교감할 수 있어요.”
춤은 세계적인 언어라는 것이다.
“6월 첫 주에 바타차 파티를 열어요. 광주, 부산, 천안 등 전국에서 벌써부터 참가문의가 쇄도하고 있어요.”
이젠 전국적인 인지도를 갖고 있는 살사라비다. 하반기엔 대규모 행사를 개최할 계획이다.
춤을 추는 사람들 사이에서 어떻게 하면 선호하는 파트너가 될 수 있냐는 질문에 장 대표는 “외모는 소용없다. 매너 좋고, 실력 있고, 재미있으신 분이 인기가 좋다”고 알려준다.
실력을 위한 노력과 성실, 열정은 기본이요,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할 줄 아는 인격과 성품, 예의, 그리고 유모와 위트까지 필요한 것이 살사댄스라는 것이다. 회원들이 근사해 보이는 이유를 알았다. 살사댄스를 배우면 좋은 충분한 이유이기도 하다.
<대표 인터뷰>
"춤으로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요"
장연희 살사라비다 대표
“처음엔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어요. 집에서 춤 연습을 하는 딸의 모습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셨지요. 지금은 공연 무대에 서는 딸을 보시며 자랑스러워하세요.”
부모님과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장연희 대표가 춤을 배우기 시작한 것은 대학 졸업 후 직장생활을 할 때였다.
퇴근 후 건강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운동 종목을 찾다가 헬스를 하러 다녔다고 한다. 그런데 몇 개월 다녀보니 지루하고 재미가 없었다.
“재미있게 오래 오래 할 수 있는 운동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살사댄스를 하시는 분들을 알게 됐어요.”
살사댄스를 배우기 위해 강사를 초빙하기도 하고, 춤을 가르치는 곳을 찾아다니기도 했다. 처음엔 운동 삼아 취미로 시작했던 것이 그녀의 일상에 중요한 부분이 되어 버린 것이다.
춤이 장 대표에게 열정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 준 것이다.
지금은 낮엔 부모님의 음식점을 돕고, 밤엔 살사댄스를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춤을 가르치기도 하고, 공연 준비를 하기도 한다.
“건강을 위해서 춤만큼 좋은 것도 없는 것 같아요. 춤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활기를 얻고, 행복해졌으면 하는 게 제 바람이에요.”
Tip;
살사 salsa
살사댄스는 살사음악(아프리카계 쿠바 음악에 기반을 두고 다른 라틴아메리카 스타일의 요소들을 혼합한 음악형태)에 맞춰 스타일에 제한이 없이 춤을 추는 매우 정열적인 춤으로, 남녀가 잠시도 떨어지지 않는 열정적인 춤이다.
살사는 건전하고 율동감이 넘치는 춤이며, 남미에서 마을축제, 파티에서 자유롭게 즐기고 가족끼리 일을 하다 잠시 쉬면서 추었을 정도로 대중적이고 공개적인 춤이다.
/ 취재,글: 정예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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